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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생각

건축, 공간(空間)의 중요성

by tophoon 2019. 9. 16.

 대학생 3학년이던 때 건축설계동아리 회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기가 시작하는 3월초에는 신입생을 모집하고 동아리 전통에 따라 '하드 트레이닝'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신입생들은 5일간 제도판을 이용하여 선을 긋고, 건축 모형을 만들고, 모눈지에 고딕체 글을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지금 쓰는 글은 '하드 트레이닝'을 진행하기 전 신입생을 모아놓고 진행했던 첫 번째 PPT를 글로 풀어쓴 것입니다.

우선 일상 속 공간에서 건축,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진1 프라다매장

 일상 속 공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백화점 1층 명품 매장에 들어가기를 서성 인적이 있으신가요? 

 

 백화점 명품관은 의도적으로 구매능력이 없는 사람은 매장 안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을 말과 글이 아니라 공간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는 이런 것들을 자기 자신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사진2 바르셀로나 성가족대성당 출처 : https://www.barcelonacheckin.com
사진3 이집트 하셉수트 장례신전 출처 : https://en.wikipedia.org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성가족 대성당 내부로 들어간다면, 우리 모두 높은 천장과 형형색색의 스테인그라스의 아름다움에 매료됨과 동시에 성당의 신성함과 성스러움마저 느낄 것입니다.

 반대로 이집트의 하셉수트 장례신전의 길고 높은 경사로를 올라가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만약 권력자가 기단 위에 서 있고 우리는 우러러봐야 한다면 어떨까요? 굳이 그 권력자의 배경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막강한 권력의 힘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건축은 과거 글을 읽거나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게 권력 혹은 신성함 등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받아들이게끔 설계되어 왔습니다. 단순히 과거 건축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서울 고등법원이나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도 이집트 하셉수트 장례신전처럼 높은 기단과 긴 계단이 존재합니다. 또한 펜트하우스나 고층으로 갈수록 집값이 비싼 것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무의식 중에 건축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교도소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여기 A라는 건축가와 B라는 건축가가 있습니다. A라는 건축가는 교도소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잘못된 환경 등의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교도소에서는 범죄자들에게 좋은 환경과 교육을 통해 범죄자의 생각을 바꿔야 해" 그러나 반대로 B라는 건축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교도소에는 악의 무리가 오는 곳이기 때문에 이들은 완벽하게 통제하고 억압해야 해"

 A건축가와 B건축가가 지은 교도소는 완전히 다른 성격과 형태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주거공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집이란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진4 안도다다오_스미요시 주택 출처 : http://sgustokdesign.com
사진5 안도다다오_스미요시 주택 출처 : http://sgustokdesign.com
사진6 안도다다오_스미요시 주택 출처 : http://sgustokdesign.com
사진7 안도다다오_스미요시 주택 출처 : http://sgustokdesign.com
사진8 안도다다오_스미요시 주택 출처 : http://www.interactiongreen.com

 

 일본의 안도 다다오(Ando Tadao)를 세계적인 건축가로 만들어준 스미요시 주택입니다. 스미요시 주택의 모형(사진 8)에서 보이는 모습이 스미요시 주택의 전부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비가 오는 날 스미요시 주택에 산다면, 방에서 방으로 가는데도 우산을 쓰고 이동해야 합니다. 날씨가 엄청 춥거나 덥거나 해도 불편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작은 주택이 안도 다다오를 세계적인 건축가로 만들어주었을까요?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라는 책에서 안도 다다오는 자신이 생각하는 주거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주거란,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따라서 제한된 대지이기 때문에 냉혹함과 따뜻함을 두루 가진 자연의 변화를 최대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최우선시하고 무난한 편리함을 희생시켰다."

 

 안도 다다오는 주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도 다다오 자신도 넓지도 않은 집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정이 낭비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알지만 중정을 만들어 자연의 공백을 만들고 좁은 집안에 '무한한 소우주'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거환경 혹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집과는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이처럼 건축하는 사람(건축가, 건축주, 시민)이 갖고 있는 생각과 철학이 어떤가에 따라 그곳의 건축과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건축과 공간은 우리의 삶에 다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1943년 런던의 국회의사당 중 하원 의사당이 독일군에 의해 파괴되어, 어떤 형태로 재건할지 논의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그만큼 국회의사당의 형태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직사각형의 테이블에는 단변 방향에 앉은 사람이 권력을 가진 자이지만, 원탁의 경우에는 그런 자리가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건축과 공간은 우리의 무의식, 의식 중에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부터 생활하고 있는 주변 환경을 살펴보면서 건축, 공간이 하고 있는 이야기와 말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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