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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생각

공간 혁명

by tophoon 2020. 1. 8.

사진1 공간혁명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하는 불교용어.

 

일체유심조와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것이 신라의 고승 원효와 관련된 얘기다. 원효는 661년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라, 당항성에 이르러 어느 무덤 앞에서 잠을 잤다.

 

잠결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날이 새어서 깨어 보니 잠결에 마신 물이 해골에 괸 물이었음을 알고, 사물 자체에는 정()도 부정(不淨)도 없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아 대오(大悟)했다는 이야기이다. 원효는 그 길로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네이버 지식백과]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두산백과)

 

 

  여러분은 '모든 일은 마음먹기 달렸다' 생각하나요? 어린 시절 위인전부터 교과서, 한국사 검정능력시험을 공부할 때까지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모든 일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교훈을 주는 글을 많이 접한 것 같습니다. 이런 교육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모든 일은 마음먹기 달렸다'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서구사회에서도 데카르트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의식적인 마음은 신체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라 W. 골드 헤이건(Sarah Williams Goldhagen)의 공간혁명에서는 인지신경과학, 인지신경심리학을 근거로 위와 같은 생각들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변의 길이가 1.5미터인 정육면체 상자 안에서 생각해낸 답은 상자 밖에서 생각해낸 답보다 창의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와 유사한 수백 건이 넘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인지'가 모든 경험의 핵심에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외부의 자극을 받는 동안 뇌도 계속해서 작동하기 때문에 인간 경험은 정신세계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지각하고 생각할 때 자신이 의도적으로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진2 아이티 출처 : https://www.mprnews.org/story/2010/02/11/haitians-help-themselves

 

 사진2와 같이 인구과밀, 사생활 결여, 주변 소음에 노출된 주거환경에서 성장하게 되면 넓은 공간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전체적으로 발달이 느리다고 합니다. 또한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고 자신의 통제력이 약하다고 느껴 안정감, 자율성, 행동력, 유능감이 줄어들며 의욕 또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질 낮은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경험이 평생의 역량을 갉아먹는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사진3 서펜타인 2010년 출처 : https://www.archdaily.com/

 

 어려운 환경에 노출된 아이가 성장하는 이야기만 듣는다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그렇다면 역시 경제적으로 풍족해야지 좋은 주거환경에서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거 아니야?" 그러나 저자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아는 의뢰인이 충분한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 예로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장 누벨이 디자인한 2010년 파빌리온(사진3/서펜타인 갤러리의 파빌리온은 매년 바뀝니다.)은 가지고 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파빌리온의 의도는 '감정을 발견하고 여과하며 온기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감정표출 공간임으로 방문객들이 행복감을 느끼기 바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공간혁명의 저자 세라 W. 골드헤이건은 날카로운 모서리와 사선으로 잘린 벽과 천장, 붉은색을 입힌 창유리를 비롯한 광범위한 붉은색 사용이 행복감보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편한 기분, 불안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유로는 날카롭고 불규칙적이며 모난 요소를 접하면 인간은 불편함을, 더 나아가 공포를 느끼고 붉은색과 불은 조명은 감각을 자극하며 보통 불쾌감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또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성인이라도 붉은색 방에 들어가거나 강렬한 붉은빛에 노출되면 문제 해결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지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확률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붉은 환경은 불안한 긴장감을 유발해 분노와 공격성을 보이도록 만들기 쉽다고 합니다.  

 

https://tophoon.tistory.com/55?category=719725

 

건축, 공간(空間)의 중요성

대학생 3학년이던 때 건축설계동아리 회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기가 시작하는 3월초에는 신입생을 모집하고 동아리 전통에 따라 '하드 트레이닝'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신입생들은 5일간 제도판을 이..

tophoon.tistory.com

 

 

 얀 겔의 위대한 실험에서 얀 겔(Jan Gehl 1936-)은 "우리는 마운틴 고릴라나 시베리아 호랑이에게 좋은 서식지가 어떤 건지는 잘 알지만 인간에게 적합한 도시에 대해선 모른다" 고 말합니다. 여기서 얀 겔은 인지신경과학, 심리학을 활용한 설계를 하자는 의도로 이 이야기를 한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존의 건축설계 방법에서는 쉽게 알 수 없었던 인간에게 적합한 공간을 인지신경과학, 심리학의 발달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공간혁명'은 인지신경과학, 인지신경심리학의 발달로 인해 건축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우리 인간은 인간이 만든 도시 속에 살면서 다양한 건축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도시, 건축은 여러분에게 주는 영향을 고려하여 설계, 디자인되었을까요? 우리 주변에 많이 위치한 아파트 형태의 주거환경이 올바른 방향일까요? 아니라면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시와 건축은 건축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우리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시, 건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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