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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생각

1970년대 전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만들어진 저층 주거지 개선방안

by tophoon 2024. 12. 22.

에세이_1970년대 전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만들어진 저층 주거지 개선방안.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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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사원 입니다.

 

제5회 건축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장려상(대한건축학회 회장상)을 수상한 에세이 입니다.

건축정책 아이디어 홈페이지에서도 열람하실 수 있으며, PDF파일(첨부파일)로 읽어보셔도 됩니다. 

 

 

 

1970년대 전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만들어진 저층 주거지 개선방안

 

.제안배경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40.6만호였던 단독주택은 202338.6만호로 5.2% 감소하였고, 같은 시기에 아파트는 52.3만호에서 126.31만호로 241.4% 증가하였다. 또한,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도시의 저층 주거지를 철거하고 그 땅에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주택을 짓고 있다.

  아파트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형태이며, 편리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긍정적인 개발 방식이다. 그러나 200064만명이던 신생아 수는 202323만명으로 64.3% 감소하였으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점차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구감소가 기정사실화된 현 상황에서 저층 주거를 고층 주거로 바꾸어 용적률을 높이는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과연 올바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또한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철거하는 기존 주택 수 보다 훨씬 더 많은 신규 주택을 건설할 수 있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2024년 현재 짓고 있는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30~50년 후 노후화된다면, 이를 철거하고 더 높은 높이의 아파트를 짓는 방식의 재건축이 가능할까?

  따라서 우리는 아파트 위주의 개발만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저층 주거지의 환경을 개선하여 새로운 저층 주택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도시조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황분석

1970년대 전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만들어진 저층 주거지 (사진1)

 

  사진11970년대 전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만들어진 저층 주거지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조직의 모습이다. 특징으로는 전체 필지의 절반만이 통과도로를 접하고 있고, 나머지 필지는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막다른 도로와 접해있다.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폭 6-8m 아스팔트 통과도로 한 편은 사실상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어, 차량 통행이 원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행자에게는 전혀 걷고 싶지 않은 도로이다. 만약 이 도로를 걷다가 통행하는 차를 마주하게 된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도로 한 편에 주차된 차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차량의 모습을 보아야만 한다.

  도시를 사람의 몸에 비유한다면, 도로는 도시의 혈관과 같은 존재인데 혈관 내 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모습이다. 또한, 필지의 절반은 막다른 도로만을 접하고 있어 혈액순환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사진1과 같은 저층 주거지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주거지를 가만히 두면 스스로 자생할 수 있을까?

 

.개선방안

개선방안 STEP1 : 2034년 저층 주거지 (사진2)

 

  앞서 살펴본 도시조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블록 중심을 가로지르는 폭 4m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한다. 블록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여, 블록 중심에서 2미터씩 건축선을 후퇴하는 방법으로 보행자 전용 통과도로를 만들 수 있다.

  필지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블록 내부에 있는 모든 필지가 블록의 중심에서 만나는 특징을 이용한 개선방안이다.

블록 중심에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면 크게 3가지의 장점이 있다. 첫 번째, 보행자 전용도로는 막다른 도로가 아니라 블록을 통과하는 통과도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블록 내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보행자 전용도로이지만, 비상시에는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4m 도로이기 때문에 차량 1대만 주차하더라도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여 주차장으로 변해버릴 가능성은 없다.

  두 번째, 사람들이 걸어서 이동할 때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이동할 수 있으며, 보행자 전용도로는 도시의 공적 공간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도로는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여 잠깐이라도 머물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신설되는 보행자 전용도로는 오직 보행자만이 이용하는 길이기 때문에 차량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고, 이러한 점 덕분에 사람들이 잠시 머물러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 도로 폭이 남북방향으로 형성됨에 따라 필지 내 건물이 태양빛을 받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어 주거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 현재 건축법에서는 정북 일조 사선제한으로 건물이 최소한의 일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지만, 높이 10m 이내에서는 인접대지와 1.5m만 이격하면 되므로 쾌적한 일조환경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4m 신설도로는 남북방향으로 건물 간 동 간격을 늘리고 건물의 일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블록 중심에 폭 4m 보행자 전용도로를 형성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사람들이 살고 싶은 블록을 만들어 준다면, 낙후되어가는 주거지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 의지를 가진 자생력 있는 도시조직이 될 것이다.

 

.실현방안

  블록 중심에 4m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드는 방법은 앞서 언급했듯이 블록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건축선을 후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재 건축법에서는 막다른 도로를 접하고 있는 필지는 막다른 도로 길이에 따라 일정 부분의 대지를 길로 내주어야 한다.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블록 중심에 있는 필지는 폭 2m만큼을 도로로 내어주도록 하는 방안이다. 한 번에 모든 건물을 철거하고 도로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건물을 신축할 때마다 조금씩 건물을 들여서 짓고 최종적으로 2034년에 4m 보행자 전용도로가 완전히 만들어지도록 한다. , 기존 막다른 도로에 대한 도로확폭 규정은 완화하도록 한다.

  1970년 전후 불규칙한 필지를 정리하고 격자형의 블록구조를 만드는 토지구획정리사업에서 토지주들은 자신의 땅 일부를 내어주고 도로와 공원을 만들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더 큰 가치 상승을 불러왔다. 보행자 전용 통과도로를 만드는 것 역시 동일한 개념이라고 판단된다.

  건축선 후퇴에 대한 인센티브로 도로 공제한 필지에 대해서는 부설주차장 설치 의무를 없애도록 한다. 신설한 4m 통과도로는 보행자 전용도로이며, 기존에 있는 막다른 도로로는 차량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지 내에 부설주차장 면적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주차는 기존 6~8m 아스팔트 도로에 주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늬만 있는 주차장을 만들도록 할 것이 아니라 차량 소유를 억제할 수 있도록 보행자 중심의 도시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으며, 차량 공유 서비스 사업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된다면 차량은 소유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뀔 수 있다고 판단된다.

 

개선방안 STEP2 : 2034년 저층 주거지 (사진3)

 

.기대효과

  2034년 폭 4m의 보행자 통과도로가 확보되는 과정에서 2가지 긍정적인 변화도 함께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첫 번째 주택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막다른 도로와 신설 보행자 도로가 이어지며, 보행자 도로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두 번째 부설주차장이 없는 필지로 인해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려는 주민들이 증가함에 따라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진입할 것이다. 사진3에서 하늘색 필지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사업을 영위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맺는 말

  지난 50년 동안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급격하게 변화하였으나, 1970년대 전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만들어진 주거지의 도시구조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낙후되어가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주거환경 개선 측면에서는 좋은 대안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인구감소를 감안했을 때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도시구조를 개선하고, 필지 단위의 소규모 개발이 자생적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그린비

김성홍, 「서울해법」, 현암사

 

 

 

*에세이에서 특정지역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광역시를 생각하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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