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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20대 남자 갑상선암 수술후기 (입원 ~ 수술이후)

by tophoon 2021. 1. 28.

안녕하세요! 정기사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입원부터 수술 이후 8일차까지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tophoon.tistory.com/187

 

20대 남자 갑상선암 수술후기 (건강검진~수술 전)

안녕하세요 정사원입니다:) tophoon.tistory.com/186 갑상선암수술 안녕하세요 :) 정사원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다소 무거운 글을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2021년 1월 19일 갑상선암 수술을 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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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 D-1일 (입원)

 

 우선, 12시에 서울대병원 본관 2층에 입원 수속을 했습니다. 수술 예약할 때 원하는 병실(1-6인실)을 선택하라고 해서 2인실을 선택했는데, 6인실에 배정되었습니다. 지금은 자리가 없으니, 추후 자리가 생기면 2인실로 옮겨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수술 예약 시에도 원하는 병실이 배정되기는 어렵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2인실을 선택했으나 3박 4일 - 4박 5일 정도를 예상했기 때문에 6인실도 지낼만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큰 착각이었습니다.)

 

 병실에 도착하니 간호사분께서 입원 시 주의사항과 수술일정 등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병실에 짐을 옮겨다 놓고 어머니랑 대한외래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뭔가 커피는 마시면 안 될 것 같은 왠지 모를 느낌이 들어 과일주스를 하나 사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가 오후 3-4시쯤에 다시 병실로 갔습니다.  

 

 '이제 정말로 수술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병실에 있었는데, 6인실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병실을 예약하실 거라면 2인실을 추천드립니다. 19년 7월부터 2인실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환자가 지내는 병실이 여행자가 지내는 호텔보다는 환경이 더 좋은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녁이 되니 수술 전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팔에 항생제를 넣어보고 네임펜으로 표시한 다음 이상반응이 있는지 살펴보았고, 왼쪽 팔에 정맥주사바늘을 꽂았습니다. 이후에 수술동의서도 작성하였습니다. 링거는 오후 11시-12시경부터 연결한다고 하셔서 그전에 대한 외래로 산책을 갔습니다.

 

 대한외래의 낮은 외래환자들도 북적였지만, 밤이 되면 입원한 환자들이 산책하거나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본관에 비해 여유공간이 크고, 깔끔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저도 이 공간을 좋아했습니다. 각종 편의시설들도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밤이 되니 어린이병원에 있던 어린이 환자들이 링거를 몇 개씩 들고 다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어린아이가 겪기에는 너무 큰 아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참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대한외래 낮
대한외래 밤

 

 

*수술 D-day

 

 아침 8시 정도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씻고 수술을 기다렸습니다. 전날 0시부터 물과 음식을 먹지 못 했기 때문에 약간의 갈증은 있었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12시 20분 정도에 간호사분이 이제 수술실로 가야 된다고 하시면서, 병실에서부터 수술실까지 병상에 누워서 갔습니다. 누워서 엘리베이터를 타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아픈 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걸어가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병실에서 수술실까지 동선은 매우 짧았습니다. 환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바로 수술실이었습니다.) 

 

 수술실 대기공간에 들어가서도 20-30분을 기다렸는데, 기다리다 보니 마음이 진정되고, 살짝 졸리기도 하면서 '이제는 그냥 수술받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있다 간호사분께서 이름이랑 수술명을 물어보고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수술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복잡한 의료기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천정에도 엄청 큰 조명이 있었고, 누워서 볼 때 맞은편에는 현재시간, 수술시간 등이 적힌 큰 디지털시계가 있었습니다. 도착해서는 타고(?) 온 병상에서 수술대 병상으로 이동했습니다. 수술실은 살짝 추워서 춥다고 말씀드리니 병상을 따뜻하게 해 주겠다고 하셨고, 몸에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장비를 붙였습니다. 준비가 끝이 나고 산소호흡기처럼 생긴 것을 입과 코에 착용시킨 뒤 숨을 쉬라고 하셨습니다. 숨을 쉬는데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후에는 기억이 없습니다. 

 

 수술 회복실에서 눈을 떴을 때 앞에는 간호사 한분이 계셨고, 옆 병상에서는 통증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갑상선암 수술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절제하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기억이 있어서 통증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웬걸 목이 너무 아팠습니다. 심한 목감기에 걸린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목이 건조해서 그런가 싶어 침을 삼켜보았는데 목이 더 아팠습니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데 간호사분께 침 삼켜도 되냐고 여쭤보니 그렇다고 하시길래 '이거 수술이 잘 못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순간 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수술하고 나오면 목이 아픈 게 정상이라고 합니다.

 

 병상에 누워 다시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2인실에 자리가 생겨 병실이 옮겨져있었습니다. 거기에 다 운 좋게도 창 측에 위치해서 마음이 훨씬 편했습니다. (건물 틈 사이로 창경궁 일부도 보였습니다.) 

 

 수술은 3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수술 후 8시간 정도도 물과 음식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갈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오후 11시 50분경까지 기다렸다가 물만 조금 마신 뒤 잠을 자려고 병상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통증 때문에 잠이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목도 아팠지만, 갑상선 주변에도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누웠다가 일어날 때 아팠습니다. 수술 부위에서 나오는 피를 제거하기 위해서 피주머니도 몸에 달고 있었는데 이것도 은근 불편했습니다. 그렇게 30-40분 뒤 잠에 들었습니다.

 

피주머니

 

 

*수술 D+1일 

 

 아침에 일어나니 목 주변 통증이 여전히 심했습니다. 수술 후 말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목이 아파 목소리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누웠다가 앉을 때 목주변이 아팠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약을 먹어야 했기에 아침에는 죽 한 그릇을 다 먹었고, 피주머니를 한번 비우고 교체했습니다. 

 

 수술 후 가벼운 걷기 같은 운동은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병원 내부를 돌아다녔습니다. 병원 내부에는 환자를 위해서 문턱 등이 하나도 없었고, 높이도 다 링거봉(?) 이상으로 설계되어 링거봉(?)을 들고 다녀도 걸어 다니기 편했습니다. 다만 자연으로 둘러싸인 내부 산책로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한 번 했습니다. 

 

 점심부터는 제대로 된 밥으로 식사를 했고, 저녁에는 링거를 제거했습니다. 오후에 교수님이 회진 오셔서 내일 퇴원하면 되겠다고 하셨고 일부 짐 정리도 조금 했습니다. 

 

 

병실(2인실)

 

 

*수술 D+2일 

 

 오전에 피주머니를 제거하고 퇴원 준비를 했습니다. 통증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어제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퇴원할 때는 아버지 차를 타고 집으로 왔는데, 과속방지턱을 지나거나 급정거할 때 목 주변에 욱신욱신한 느낌이 전달되었습니다. 퇴원 후 바로 일상생활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병실보다는 당연히 집이 편했습니다. 혈압이나 체온을 측정하지 않아도 됬고, 혼자 방에 누워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잠도 푹 잤습니다.

 

 

*수술 D+3,4,5일 

 

 목 주변으로 작은 통증은 있지만, 목소리를 내거나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고 목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정맥주사를 놓은 팔에 멍도 많이 빠져있었습니다.

 

 일과는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집 주변으로 산책을 다녔습니다. 하루 7,000 - 10,000보 정도를 걸어 다녔습니다. 갑상선암은 못 먹는 음식이 없고 다 잘 먹으면 된다고 하셔서 식사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수술 D+6,7일

 

 갑상선 절제 수술 후 일상생활을 꼭 해야한다면, 이때부터는 가볍게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가끔 미세한 통증이 있기는 하지만 경미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물을 마실 때 목 내부에 압(?)이 느껴지면서 불편함이 조금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본관

 

*수술 D+8일 

 

 다시 병원에 가서 수술한 부위에 반창고를 제거하고, 수술 후 흉터에 바르는 연고를 받아왔습니다. 반창고를 제거하니 심리적으로 다 나은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술 흉터를 보니 저 스스로 고생했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잘 관리해서 흉터가 안 생기도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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